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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eudo Resident’s Illegal Stay in Another World Chapter 59

59회

시슴을 조심 하십시오

059 ? 시슴을 조심 하십시오 #1

『아둔한 아이야. 보면 모르겠느냐. 동전이니라.』

동전이라는 건보면 알고 있었다. 시바, 모르는 것이 이상할 테지.

하지만 녹스가 내미는 물건이니만큼 무언가 특별한 힘이 깃든 동전이라거나, 희귀한 유물이지 않을까 예상하게 됐다.

물론 다음에 들려오는 녹스의 말에 와장창 기대감이 깨지게 됐지만.

『이건 그냥 동전이니라. 1쿠퍼라고도 불리지. 필멸자들은 이 작고 동그란 것에 목숨을 건다 들었다. 네 녀석도 그럴 테지?』

“그, 그렇긴 한데요….”

『이것은 본녀가 지니고 있는 유일한 지상의 물건. 나름 관심을 두고 아끼던 것이지만, 너를 위해 주도록 하겠다.』

빙그르르르, 탁.

녹스가 손을 움직여 동전을 내게 굴렸다. 그것이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더니 이윽고 내가 엎드려 있는 머리맡에서 정확하게 멈춰 엎어진다.

스윽.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쳐다보자 그것은 진짜 1쿠퍼짜리 동전 하나였다.

옛적의 위대한 영웅이라는 남자의 얼굴을 양각으로 새겨 넣은 1쿠퍼짜리 동전. 그 크기는 500원 짜리 하나와 비슷하다. 실제로 그 가치도 500원 몇 개와 비슷하고.

어쨌든 이렇게 목숨을 살아 부지한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볼 일이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집어 삼키며 그 동전을 주워들었다.

그러자 디링-하는 소리와 함께 글자들이 떠올랐다.

『업적 ‘엄마, 1쿠퍼만 주세요.’의 달성 : 희귀 유물 밤에 잃어버린 동전을 손에 넣었습니다.』

『과업 수치 + 100』

『현재 과업 수치 : + 167』

오, 업적을 달성했다는 글자와 함께 과업 수치가 100이나 증가했다. 업적을 달성하고 과업을 얻는다니, 마치 게임 시스템 같지 않나?

이 세상에서 떠드는 카르마니 마나니 하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것은 현대인인 내게는 머릿속이 쏙쏙 박힐 만큼 이해가 쉽게 되는 구석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둔하지만 예의바른 아이로구나. 어찌되었든 주어진 시간은 이제 거의 다 됐다. 이 이상은 하이포스의 얼간이들에게 들킬 수 있으니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그래, 그리고 아이야. 본녀는 사과 한 알에도 정성과 애정을 담아 아이처럼 길러낸다. 벌레나 새 따위가 꼬이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 내 일이지. 하물며 본녀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딸 루나….』

무어라 말을 더 할 줄 알았는데. 녹스의 목소리는 마치 건전지가 다 된 라디오처럼 힘없이 축 늘어졌다.

어쩌면 녹스에게는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제약이나 정해진 시간 같은 것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말하다가 도중에 끊는 것은 딸이나 엄마나 똑같네.

어쨌든 그렇게 녹스가 말을 멈추고 약 몇 분정도가 지났지만, 나는 바닥에 엎드린 머리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몇 분은 그 자세로 더 있었다.

압박감마저 느껴지는 존재감이 사라지자, 방금까지의 비현실적이고 어딘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시간들이 점점 빨리 흐르는 듯하면서 내 머릿속에 와닿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쓰벌, 내가 여신에게 말대꾸를 하고 반항하다니. 진짜 간이나 심장을 밖에 내놓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드디어 뇌까지 쥬지가 침범해버리고 만 것인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왔다는 안도감과 긴장감에 어쩐지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의 더 시간이 지나 나는 겨우 몸을 일으키고 이불 대신 사용하고 있던 내 우의 속을 파고들 수 있었다.

새근, 새근-.

방금까지의 사고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처럼 곤히 자고 있는 루나.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일말의 불편함도 없이 잘도 자고 있다.

“하, 어떻게든 살았다. 혼돈 만세.”

『이름 : 하산 Lv. 8

완력 : 3

민첩 : 2

체력 : 3

과업 : 67 167

은총 : 혼돈의 축복》 어설픈 손재주》 밤의 망토》』

긴장으로 굳었던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과업 수치가 167까지 올라가다니. 어찌됐든 이것은 내게 있어서 무척 좋은 징조였다.

녹스가 준 물건이 희귀 유물이라고 했나? 신이 지니고 있던 물건은 단순한 1쿠퍼라도 대단한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 녹스가 준 1쿠퍼는 다른 주머니에 잘 보관한다.

아무튼 과업수치가 100을 넘겼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무척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과업수치로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많으니까.

내가 지금 가장 궁금해 하며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은 내가 얼마 전에 사령술사로부터 빼앗은 이 목걸이.

이 서사급 유물 칼란의 검은 별은 과업 수치 100을 바쳐 강화를 할 수 있다고 했었다.

목걸이를 만지작거리자 다시금 글자들이 떠오른다.

『과업의 수치 100을 소모하여 검은 별을 플루토의 눈동자로 강화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오.』

주저 없이 손을 움직여 ‘예.’ 버튼을 누른 나. 허공의 글자를 누르자 삑-하는 소리와 함께 눈앞으로 긴 로딩창 같은 것이 나타났다.

곧 들려오는 힘찬 망치질 소리.

깡-. 깡-.

『강화 중 ? 39 %』

깡-. 깡-.

『강화 중 ? 67%』

무슨 사행성 게임 하는 기분이다. 혹시 강화 실패도 있고 뭐 그런 건 아니겠지 하고 살짝 긴장하고 있을 때, 자그마하게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내 귓가를 울렸다.

『장비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서사 유물 검은 별이 서사 유물 플루토의 눈동자로 무사히 강화되었습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강화에 성공했다는 모양이다. 이제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거지 살짝 의아함을 느낄 때 추가적으로 글씨들이 더 떠오른다.

『플루토의 눈동자』

『코레는 칙칙한 저승이 맘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울해하는 코레를 위해 플루토는 자신의 눈동자와 꼭 닮은 목걸이를 선물했으나, 색깔이 맘에 들지 않았던 코레는 이를 저승의 강에 던져버렸습니다.』

『정신 오염계열의 마법과 은총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해 줍니다.』

『과업 수치 + 100을 소모하여 플루토의 눈동자를 플루토의 눈동자 + 1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강화 확률 + 80%』

이런 시바, 뭐여 진짜 강화 확률도 있네.

* * *

“핫산, 일어 나. 아침이야.”

“이, 일어났습니닷, 엘프리데 님…!”

“나 루나야.”

“아, 루나구나.”

나는 꿈에서 깨어나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엘프리데로부터 부려 먹히고 채찍에 얻어맞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어찌나 생생했는지 꿈이라고 생각조차 못했다.

지난밤에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에 기가 허해져서 악몽을 꾼 것이리라.

“그보다 엘프리데가 누구야? 저번에도 그러더니.”

눈을 깜빡이는 루나. 이 녀석에게 내 노예생활이나 엘프리데에 대해 구구절절 읊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차피 앞으로는 만날 일도 없을 거고.

“못된 사람이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혹시 여자야?”

꾸깃.

루나의 미간 사이가 자그마한 주름을 만들어냈다.

정말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치 채지 없을 정도의 주름이었지만, 평소 표정이 워낙 밝은 루나였기 때문인지 그 차이는 제법 커다랗게 보인다.

등 뒤로 스르르-하고 소름이 돋는 것 같아서 덕분에 나는 잠이 확 달아났다.

“그게,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좀 복잡한데. 아무튼, 준비하자!”

말을 돌리려는 나. 루나의 의심에 찬 시선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곧 녀석도 밝게 소리치게 됐다.

“그보다 이거 봤어! 핫산, 네가 한 거지?”

루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녹스의 간이 신상이 만들어져 있었다. 다만 지난 밤에 보여주었던 그 괴상한 형태랑은 모양이라고 해야하나 이것저것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것은 길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걸친 여인이 로브를 눌러 쓴 채 단상 위에 앉아 가부좌를 틀고 있는 형태를 띄고 있었다.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옷의 주름이라거나 굴곡의 표현이 상당히 세세해서 정말 신상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형태였다.

“정말 잘 만들었다! 녹스 님을 직접 보고 만든 것 같아! 서늘한 마력도 품고 있는 것 같고.”

“그러냐?”

근데 시바, 내가 조각 한 게 아닌데. 저게 왜 멋대로 변해있지.

어쩌면 녹스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모습이 괴상망측하게 조각 되어 있었던 것이 참을 수 없었던 걸까?

어쨌든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헛간을 나와 근처의 여관에서 간단한 끼니를 해결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간이 베지 않은 마른 빵과 우유, 멀건 죽 정도라서 솔직히 맛은 없었다.

“맛있다! 그치!”

루나는 전에 없이 명랑했다. 가엾게도 루나의 미각세포는 심각하게 박살이 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돌멩이를 삶아줘도 맛있다고 하겠지.

물론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이 맛없는 음식 넘치는 세상에서는 무척 축복받은 재능일 수도 있다.

그렇게 식사까지 전부 끝마치고 오전 중에 소도모라의 남문을 향해 거리를 나선 나와 루나. 남문은 시장을 비롯한 온갖 가게들이 가득한 곳이라 아침 일찍부터 소란스럽다.

잡상인들이 파는 물건과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는 경매들에 시선이 빼앗길 것만 같았지만 오늘은 목적이 있었기에 딴 길로 해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라푸, 라푸.

나는 오늘 내가 쫓아야 하는 사기꾼 새끼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름은 라푸. 마르스 길드의 전 브론즈 티어 모험가.

제법 실력 있는 사냥꾼으로 촉망받는 남자였지만 어느 날을 기점으로 금전 사기에 발을 내딛고 길드에서 제명당하는 둥 아주 삐딱선을 타게 되었다고.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새끼였지만 오늘 나는 그 새끼를 추격해 아주 쌉조져 놓을 생각으로 기세가 등등했다.

“핫산 이거 봐! 다람쥐야!”

근데 정작 자신의 돈을 빼앗긴 루나는 시장에서 파는 온갖 잡동사니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경비대 사무소에서 난리를 부렸을 정도로 화가 났었다고 하지 않앗나?

화병을 치료해줬기 때문에 화가 났던 마음 자체가 싹 가셔버린 것이 아니고서야 이런 것은 도무지 불가능한 이야기다.

“다람쥐 귀엽지.”

근데 루나의 손 안에 앉아 있는 다람쥐, 그것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는 루나가 역시 귀여워 보이긴 했다.

“귀엽네.”

“그치? 맛은 더 좋아.”

시바, 다람쥐 먹는 거였구나. 하기야 단백질거리가 부족한 이 세상에서 뭔들 못 먹겠냐만. 조금 충격이었다.

“자, 들어 가.”

루나는 자신의 손에서 바들바들 떠는 다람쥐를 다시금 우리에 넣어주고 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우리는 이 남문 지역에 자주 출몰한다는 라푸를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피해액이 100실버, 즉 1골드에 달할 만큼 용의주도하다는 새끼를 어떻게 해야 꾀어낼 수 있을까.

“야, 루나야.”

“왜?”

“그 사기꾼 새끼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거냐? 어디서 만났어?”

“그냥 시장에서 돌아다니다 보니 먼저 말을 걸어왔어.”

“흠.”

사기에 당해줄 호구를 물색하고 말을 걸어오는 타입이라 이걸까. 하긴 루나는 척 봐도 조금 사기에 잘 당할 거 같이 생기긴 했다.

결과적으로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소리인데. 이래서야 이 넓은 남문의 시장 지역을 전부 돌아다녀도 단서 하나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흩어져서 찾아보자. 이따 저기 저 분수대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래!”

그렇게 나와 루나는 서로 흩어져서 사기꾼 새끼를 찾아보기로 했다. 몽타주가 있긴 하지만 경비대를 물 먹일 만큼 용의주도한 새끼기 때문에 겉모습을 보고 찾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손목을 만져보면 사람의 이름 정도는 간단하게 알 수 있으니까. 라푸가 본명이라는 가정 하에 녀석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을 거다.

아냐, 아니다. 내가 놈을 찾는 것보다 놈이 나를 찾게 만드는 게 좋다. 사기꾼 새끼들은 언제나 그렇듯 호구를 물색하고 있을 테니까.

나는 아주 오랜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를 하나 떠올리며 근처 노상에서 돌멩이 하나를 주운 뒤에 유동 인구 많은 공원 바닥에 앉아 그 돌멩이를 단단한 도로바닥에 문지르기 시작했다.

슥, 스으윽, 슥-. 드르륵-.

돌이 갈리는 소리에 하나 둘 모이는 시선들.

가뜩이나 남들의 시선을 끄는 덩치와 용모에 괴상한 짓까지 하고 있으니 이목을 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약간 소심한 구석이 있는 나로서는 괴롭긴 했지만, 나는 이 방법이 놈을 꾀어내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뭘 하고 있는 거요?”

그때 누군가 나에게 물어 왔다. 그에 나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돌을 갈아서 바늘을 만들 겁니다.”

“뭐? 돌을 갈아서 바늘을 만들어? 올해 내가 듣던 것 중 가장 미친 소리로군. 어디 잘 해보쇼.”

그리고는 진짜 미친놈을 다 보겠다는 것처럼 웃음을 터뜨리고는 다시 자신이 가던 길로 가버렸다.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묵묵히 바닥에 돌을 슥슥 갈아댔다.

그 모습에 흥미를 느꼈는지 나를 향해 말을 걸어와 물어보는 이들.

“미친놈.”

“야만인의 기행이구먼.”

“그보다 혹시 그 사자를 붙잡았다는 사마리안 아닌가?”

다만 내가 별 대꾸를 안 하고 묵묵히 할 일을 하자 곧 흥미가 떨어진 것처럼 혀를 끌끌 차고는 자리를 비켰다. 모두들 나를 호구 본다는 눈빛으로 보는 것은 덤이었다.

물론 그들 중 기대감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무언가 뜻이 있는 모양이야. 재미있군.”

“어쩌면 뜻을 이룰 때까지 노력을 쉬지 말라는 철학적 메타포를 담아내고 있는 걸 수도 있어.”

“아니,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능한 게 있다는 뜻이 아닐까.”

여러 반응 속에서도 나는 바닥에 돌을 가는 것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미끼를 물때까지 인내하는 것은 낚시의 기본이니까. 사기꾼이 이런 호구를 놓칠 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드륵, 드르륵-.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핫산, 찾았어! 저기 저쪽 광장에 있어! 그보다 돌은 왜 바닥에 갈고 있어?”

“그러게!”

나는 좆같은 돌멩이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닥에 버렸다. 시바, 괜히 헛짓 하고 있었다!

[작품후기]

Kadeom 님!!! 언휼 님!!! 후원 쿠폰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또 익명으로 보내주신 원고료 쿠폰들도 정말 감사하게 사용하겠습니다 ㅠㅠㅠ…

넘어가시기 전에 추천과 코멘트 살짜쿵 부탁드려욧, 우르르 컹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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