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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ly Regressing Knight Chapter 499

499
가을비라고 하기에는 빗줄기가 얇았다. 아직은 늦여름이라고 해야 옳을 터였다.

그 빗줄기도 내리다가 갑자기 멎어 버렸다.

비가 온 것도 아니고 안 온 것도 아니고 애매했다. 아직 땅이 젖기도 전이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어 다시금 비가 내릴 것 같긴 했다.

“누구냐?”

고작 셋이서 영지 경계에 들어서니 병사 무리가 막았다.

크라이스가 탱자탱자 놀지 않은 게 분명했다.

앞을 막아선 병사들의 태도에서 절도가 엿보였다.

딱 보면 동화 몇 닢에 사람을 그냥 보내 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병사가 있고, 각 잡고 군기를 풍기는 병사도 있는데 지금은 명백히 후자였다.

단창을 잡은 자세가 그랬다.

짧은 린넨 소매 옷에 드러난 팔뚝 근육에서 아우딘의 흔적이 엿보이기도 했고.

허리춤에 짧은 숏소드와 같이 부무장도 충실했다.

그걸 슥 훑어보는 것만으로 인지한 엔크리드다.

확실히 전보다 눈썰미와 사고 속도가 빨라진 듯했다.

“뭐야? 엔키?”

그중 가벼운 차림의 여자가 아는 척을 해 왔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손에는 양피지 같은 걸 쥔 채였다.

로크프리드 상단주, 레오나였다.

“……뭐하냐?”

엔크리드가 도리어 되묻게 만드는 신색이었다.

“일.”

레오나가 웃으며 답했다.

새로운 도시를 구축하는 거로 보였다.

돌아왔고 이제 들어가는 길이라 말하자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엔크리드의 뒤에서 렘이 기쁨 가득한 얼굴을 들이밀었다.

기대감이 충만한 미소와 함께다.

“그렇군, 어디 내 휘하에 있던 꼴통들은 잘 있나 모르겠는데.”

신나면 절로 말이 많아지는 법이었다. 렘이 말하자 레오나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소매로 훔치곤 엔크리드를 직시하며 말했다.

자신의 휘하라 했지만, 렘에게 그런 부하는 없으니 아마 부대원을 말하는 것일 거였다.

“보더 가드 쪽에 안 간 지 꽤 돼서 소식을 잘 몰라.”

그럴 만도 했다. 여기만 해도 할 일이 아주 많아 보였으니까.

보더 가드를 기점으로 도시를 증축하는 것 같은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곳에 자리를 잡는 내내 주변 마물을 쳐 내고 돌을 가져와 쌓아야 하는 그런 일들이다.

개척 도시를 만들 때는 목책부터 세워 영역 표시를 하듯 주변 마물을 물리치며 간을 보는 게 먼저였다.

왜? 도시를 세우려는데 마물 새끼들이 미친 듯이 쳐들어오면 답도 없고.

비가 쏟아졌는데 물이 안 빠지고 고이는 땅이라도 되면 곤란했으니까.

거기에 농지로 쓸 땅이 주변에 있어야 도시에도 먹고살 사람이 있을 거 아닌가.

교역 도시라는 네 글자도 말이 좋아 교역 도시지.

실제 대륙에서 교역으로만 먹고 살 수 있는 도시가 몇이나 된다고.

봉건제와 더불어 중앙 집권제로 돌아가는 왕국이기에 왕국 직할령도 존재하고, 그 직할령에 식량이나 물자를 쏟아붓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도시는 자립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런고로 이 도시도 자립을 목적으로 세웠을 터다.

그런데 주변에 농지가 있는 곳도 아니고 근처에는 과거 켄타우로스가 자리 잡았던 숲도 있었다.

숲이란 누군가에게는 자원의 보고가 되지만, 역으로 마물이 머물기에도 좋은 환경이었다.

그런데 그 숲을 완전히 밀어 버리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손을 보기로 작정한 듯했다.

한쪽에 돌무더기만큼이나 통나무들도 가득 쌓여 있었다.

이 정도면 하루 이틀 손을 댄 게 아닌데?

엔크리드가 주변을 둘러봤다.

작정하고 손을 댄 흔적이 역력했다.

크라이스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이 도시의 이름은 로크프리드다.”

레오나가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땀 흘리며 직접 지휘하는 이유였다.

상단이 직접 운영하는 교역 도시.

뭐, 그런 거였다.

그녀 뒤로 매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척을 해 왔다.

“이제 돌아왔나?”

일전까지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전보다 얼굴 주름이 좀 늘었다. 그 옆으로는 처음 보는 젊은 칼잡이가 하나 있었다.

매티스의 곁에 꼭 붙어 있는 걸 봐서는 그의 제자로 보였다.

로크프리드 상단은 생각보다 싸움 좀 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그래도 보더 가드 정도는 아니지만.

엔크리드는 그러려니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보더 가드는 무지막지한 병력이 모인 전투 집단이었다.

“아, 장군님이셨습니까.”

레오나 덕에 엔크리드를 알아본 병사 무리가 군례를 보였다.

“그래, 고생한다. 다들 잘 지냈지?”

렘이 유들유들 웃으며 병사들의 어깨를 툭툭 쳤다.

병사들은 바른 자세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렘에 대해 말해 준 게 분명했다.

회색 머리칼의 도끼 든 새끼를 보면 그냥 무시하라고.

회색 머리통 새끼가 뭘 하든 감내하라는 경고가 있었을 것이다.

엔크리드는 그걸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확신하진 않았다.

렘이 대륙인과 피가 섞였다고 봤다가 틀린 전적이 있으니, 그때 배웠다.

확인은 언제나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본래도 방심하는 게 드물지만, 새로 배운 것도 있지 않던가.

‘빈틈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걸 인정하게 만든 일이다.

사막에 날아가 죽다 살아난, 정확히는 정신이 나간 채 오늘을 반복하며 살아 돌아왔다.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걸 잊을 순 없었다.

‘방심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니 그걸 인정하고, 틈이 생겨서 방어가 뚫린다 해도 곧바로 움직여야 할 것이다. 즉, 빈틈 이후의 행동에 의의를 둬야 하는 거다.

누구나 넘어질 수 있으나, 넘어진 모두가 곧바로 일어나진 않는다.

그런데 곧바로 일어나는 게 답인가?

‘가능성을 열어 두고 판단하고 움직인다.’

미래시, 기사가 배우는 최초의 윌 활용법에는 이런 판단력까지 동반되어야 할 테니.

엔크리드는 사소한 일에서 길을 찾고 보았다.

좋은 버릇이었다.

오래된 버릇이었으나 이제야 빛을 보는 그가 가진 재능 비슷한 거였다.

통찰과 성찰하는 버릇은 예전부터 가진 개인의 습성 같은 거니까.

가령 처음 대륙을 떠돌다 아이에게 칼 맞고 배에 구멍이 났을 때도 비슷한 성찰이 있었다.

‘나에게 재능이 있는 게 맞나?’

그리고 답을 찾는 방법도 그때 배웠다.

몸으로 굴러 보면 안다는 거다.

지금도 그렇게 했다. 자신의 통찰력이 정확한지 확인에 나섰다.

“누가 조심하라고 말해 줬나?”

렘이 병사들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지나가고, 엔크리드가 뒤따라와 소곤소곤 물었다.

병사 하나가 눈알을 굴리다 답했다.

“훈련 교관 로포드 경께서.”

교관에게 경이란 호칭이 붙었다. 스콰이어인 걸 알아서일 수도 있고, 그냥 존경의 의미일 수도 있었다.

경이란 호칭은 존경의 의미를 담곤 하니.

“나중에 보자.”

엔크리드는 병사에게 말하고 레오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 엔크리드에게 레오나가 대뜸 물었다.

“나랑 결혼할 생각 있어?”

엔크리드가 눈을 깜빡거리며 멈춰서자, 레오나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무표정으로 마저 입을 열었다.

“농담.”

요즘 시나르와 어울렸나?

엔크리드는 생각하며 도시 건설 현장을 지나 보더 가드를 향해 나아갔다.

한참 더 걷자 저 멀리 성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말을 타면 금세 갈 거리지만, 걸어가면 좀 걸릴 것이다.

엔크리드는 제 걸음으로는 동이 터서 정오가 되기도 전에 도착하리라 보았다.

시간으로 치자면 세 시간 내외?

도시와 도시를 잇는 거리치곤 가까운 편이었다.

크라이스가 근거리에 새로운 도시를 세운 이유가 있을 터였다.

투둑투둑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떨어지는 빗줄기를 맞으며 성벽 앞에 다다르자.

“장군?”

벤젠스 소대장이다. 아니, 이제는 중대장이었던가?

성벽 위다. 그가 아는 척을 해 왔다. 멀리서 용케 알아봤다 싶지만, 벤젠스 소대장은 본래 눈이 좋았다.

엔크리드가 성벽 경계 근무 서는 병사들 면면을 보았다. 아는 얼굴이 보였다. 모르는 얼굴도 꽤 있었고.

성벽 앞이 조금 복잡해 보였다.

성벽을 통과하기 위해 줄은 선 이들과 그 옆으로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이들까지.

요정도 간간이 보였고, 난쟁이가 보이기도 했다. 머릿수가 꽤 많았다.

천막 아래서 김이 오르는 곳도 있었다. 아예 자리 잡고 음식도 만들어 먹는 거였다.

훑어보기만 했으나, 무슨 빈민처럼 보이진 않았다.

“들어오시죠.”

벤젠스는 깍듯했다. 개인적으로는 제 생명을 구한 은인이고 공적으로는 제 부대의 최고 상급자였다.

들어가는 엔크리드를 보고 다들 고개를 기웃댔다.

저 사람은 뭔데 곧바로 통과냐?

그렇다고 누가 막거나 시비 거는 일은 없었다.

벤젠스가 직접 내려와서 안내하는 걸 봐서 그런 것도 있고, 렘이나 뒤따르는 프록을 보니 섣불리 말을 걸기도 그랬다.

앞장서서 걷는 까만 머리칼의 남자도 보기 드문 외모에 기세가 남달랐다.

이제 윌이 자연히 주변에 퍼지는 수준이라 그런 거였다.

엔크리드가 안으로 들어가서 아는 길을 걷자, 고작 몇 달 사이에 변한 게 많아 보였다.

일단 뭘 파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기본적으로 보더 가드는 상인이 많이 오가는 요충지이긴 했으니 이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병영이 커졌다.

담벼락이 넓어졌고 건물 몇 개가 새로 지어져 하늘을 향해 제 머리를 들이밀었다.

“날림으로 지은 거 아닌가?”

렘도 조금 놀랐는지 하는 말이다.

얼마나 됐다고 규모가 이렇게 늘어나는 걸까?

누가 본다면 크라이스를 마법사라 부를지도 모를 터였다.

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었다.

크라이스는 건축이나 일을 함에 있어 쓸데없는 일을 다 쳐 내고 석공 길드나 장인 길드와 직접 접촉했다.

귀족이 일을 시작하면 아랫사람을 시키고 그 아랫사람이 다시 길드를 찾고, 중간에 수수료를 떼는 사람도 생기고 그러는 게 일반적인 경로다.

그럼 당연히 일 처리도 느리고 들어가는 크로나도 늘어나는 거였고.

“길드를 도시에 정착시키죠.”

크라이스는 그레이엄, 보더 가드를 책임지는 성주에게 통보하듯 말하고 일을 시행했다.

말릴 사람도 없고 말릴 이유도 없다.

거기에 엔크리드란 사람이 주는 위명이 작지 않음에 사람이 잘 모이기도 했고.

“그쪽 장군이 아즈펜도 막고 마르카이와 이전 몰센 영지까지 다 집어삼켰다는 거 아닌가?”

길드장 중 태반이 묻는 게 죄다 이런 거였다.

석공 길드든 장인 길드든 사람이 모이는 건 당연했다.

처음에는 엔크리드의 실력을 확인하려는 싸움꾼, 다음은 그의 미래를 탐낸 귀족 나부랭이, 그 뒤는 교역로를 탐낸 장사치, 이제는 기술자들이 모인 셈이었다.

크라이스는 그 기술자를 모아서 일을 시행했다.

물론 그것만 한 건 아니었다.

“담당자가 전부 책임지게 되는 겁니다. 당신에게 사람 다섯을 뽑을 권리를 드리죠. 그 다섯을 마음껏 부리시고 대금의 반은 미리 드리겠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 하나를 뽑아 그 사람에게 다시 일 잘하는 다섯을 뽑으라고 해서 일이 돌아가게 하고 감찰단도 만들었다.

타인의 잘못을 찾아서 헤집는 용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일이 틀어지면 그곳에 가서 수습하는 이들이었다.

감찰단은 각 길드장이 모인 연합 길드처럼 꾸려 놓음으로써 안 될 일도 되게 했다.

“이거 왜 안 되는 건데?”

“아교를 써야 하는데 사냥꾼 길드 놈들이 가죽을 비싸게 파니까 일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거 제값 받는 거야. 마수 가죽 구하는 게 쉬운 줄 아나?”

뭐, 이런 문제가 생기면 크라이스는 곧바로 군대를 움직이기도 했다.

때아닌 마수 사냥을 해 버리고, 그 가죽을 헐값에 푸는 게 아니라 사냥꾼 길드와 거래해서 넘겼다.

그렇게 가격 안정을 꾀하기도 하며 터지는 문제들을 후다닥 처리해 버리니 모든 일이 빨라질 수밖에.

그게 지금 엔크리드 앞에 새로운 병영이 나타난 이유였다.

렘은 새로운 병영을 보고 한마디 한 뒤에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넓은 연병장이 먼저 보였다.

그곳에 땀을 흘리는 병사가 최소 스무 명이 넘었다.

비가 오는데도 상의를 벗은 채 다들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니까 엔크리드나 렘, 루아가르네가 보기에는 훈련이고.

직접 구르는 이들에게는 그냥 고문처럼 보이는 그런 거였다.

웃통을 벗고 여기저기서 구르고 기며 뛰는 게 무슨 훈련인데?

실제 훈련장에 있는 병사 태반이 비슷한 생각이었다.

“대장!”

그들의 앞이자 단상 위. 혼자만 지붕 아래서 비를 피하던 로포드가 외쳤다.

그가 반갑게 엔크리드를 불렀다.

엔크리드가 손을 흔들고 렘이 먼저 앞섰다.

“길치 어디 있냐?”

렘은 이미 전투 태세였다.

오른손이 허리춤에 붙었는데 이미 도낏자루를 쥐고 있었다.

라그나가 보이면 곧바로 도끼를 던질 기세였다.

오면서 수차례 대련하며 왔다.

엔크리드는 라그나와 렘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 알 수 없었다.

주술을 품은 렘은 확실히 기사급이었다. 위압과 비슷한 걸 주술로 보여 주기도 했다.

공포 주입이라던가?

기대감으로 가득한 렘의 물음에 로포드는 하하 웃었다. 어딘가 어색한 웃음소리였다.

“무슨 일 있나?”

엔크리드가 물었다. 병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일행을 보고서도 구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훈련 태도 하나는 일품이었다.

아마도 반복해서 보여 주는 무력 시위가 있었겠지만.

“그게.”

로포드가 뒤통수를 긁으며 답했다.

“산책하러 나가셨다가 나흘째 안 보입니다.”

아.

“미친 새낀가?”

렘은 황당함을 감추지 않았다.

길도 못 찾는 새끼가 무슨 산책을 하러 나간단 말인가.

“어디로?”

엔크리드는 침착하게 되물었다.

“산맥 안쪽을 잠깐 돌아본다고 하셨는데.”

“왜 혼자서 보냈나?”

“따라오면 죽여 버린다고 하셔서.”

고집을 피웠을 것이다. 안 봐도 뻔했다.

길을 잃었다고 라그나가 죽었을까? 그럴 리가 있나.

그런데 산맥으로 간 건 맞을까?

병영에서부터 출발했다면 지금쯤 동부 땅에 들어섰을지도 몰랐다.

아, 그러기에는 나흘은 너무 짧은 시간이군.

엔크리드는 걱정은 접었다.

객사할 놈은 아니니까.

“들고양이는?”

“다른 도시에 문제가 생겨서 잠시 떠났습니다.”

“아오. 씨.”

렘은 불만을 표했다.

그 외에도 둘이나 더 보이지 않았다.

그게 로포드가 여기에 서 있는 이유일 것이다.

“크라이스는 도시 그린펄에 가 있고.”

그린펄의 전초 기지를 아예 요새 도시화시켰고, 그 도시 이름을 그린펄이라 지었다는 말이 덧붙었다.

“아우딘 경과 테레사 경은 단식기도를 하신다고 산맥에 가셨습니다.”

엔크리드는 당황하지 않았다.

본래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이었다.

뭐, 알아서 돌아오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그보다는 스콰이어 로포드가 달라진 점이 눈에 띄었다.

전에 봤을 때와는 달라진 기세다. 엔크리드가 보기에는 전보다 실력이 부쩍 는 것 같았다.

그러니 자연히 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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