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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Born Blood Chapter 353

353
나는 바위에 앉아서 지평선을 응시했다. 시야는 탁 트였다.

내가 앉은 바위만 벌판에 외로이 삐죽 서 있는 모양새였다.

후우우웅.

바람이 거칠게 분다. 모래가 섞인 바람이었다.

난 얇은 목도리를 코까지 끌어올려서 호흡기로 들어오는 먼지와 모래를 막았다.

‘반년 정도 지났군.’

바람이 끝나길 기다리며 눈을 느슨하게 감았다. 기억이 한 꺼풀씩 떠올랐다.

반년 전, 나와 지젤 그리고 바바라는 제국을 떠났다. 하지만 우린 벨라토시티로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코라 신성국에 간 것도 아니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평온한 은퇴 생활은 우리와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됐다.

별다른 사건 사고에 얽힌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탈한 게 문제였다.

어쨌든 제국을 떠난 우린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처음에는 라그나타 아니마가 운영하는 이동학교를 찾아갔다.

아니마 이동학교는 거주용 트레일러가 달린 대형차량만 열 대를 이끌고 다니는 노마드 집단이었다. 노마드 집단 중에선 드물게 복지적 성격이 강했고, 다른 노마드의 존중을 받는다고 했다.

아니마 이동학교에는 라그나타와 가브리엘이 있었다.

라그나타는 더 약해져 암살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고, 가브리엘은 요양이 도움 됐는지 많이 회복한 상태였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놀랍게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물론 전담과목은 전투술이었다.

가브리엘도 전투 경험이 풍부하고, 회사의 경호팀장으로 활약할 만큼의 훈련을 받았으니 아이들을 가르칠 수준은 된다.

“그간의 사정은 묻지 않아? 지젤이 왜 여기에 있는지도?”

내가 그리 묻자, 가브리엘은 맥주 뚜껑을 앞니로 따며 웃었다.

“나한테 전부 말할 수 있겠어? 진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서 말할 바에 관둬. 관심도 없고. 그래도 너와 지젤이 무사한 걸 보니 참 좋다.”

가브리엘은 뭔가 정신적 깨달음을 얻은 듯했다. 라그나타의 영향 덕분인 듯했다.

“뭐, 하지만 너한테 사과할 게 있어. 특히 지젤이…….”

가브리엘은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얼음 상자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가 차가운 맥주를 내게 던졌다.

난 입을 다물며 맥주를 받았다.

“스승님이 말씀하셨지. ‘바꿀 수 없는 과거보다 앞으로 내가 무얼 할 수 있는지 집중하라고.’ 루카, 그게 인생을 멋지게 사는 비법이야. 과거보다 현재에 집중해.”

살다 살다 가브리엘에게 이런 조언을 받을 줄은 몰랐다. 세상은 기묘한 법이다.

가브리엘은 라그나타를 스승이라 불렀다. 난 머리를 긁적이며 맥주나 마셨다.

가브리엘의 친모인 마리아의 이야기도 나왔다.

마리아는 맏아들 미카엘과 가브리엘을 찾아왔었다고 한다.

“어머니한테 합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어. 난 이동학교 생활이 좋았거든.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 그리고…… 스승님이 떠나시기까진 그리 멀지 않았어.”

가브리엘이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라그나타를 힐끗 보며 말했다.

“예전엔 가족을 엄청 찾고 싶어 했잖아?”

“바보처럼 가까운 곳에 있는 걸 멀리서 찾은 거지. 지금 내 가족은 여기에 있어, 너도 포함해서.”

낯 뜨거운 소리를 잘도 하는군. 그리고 난 부끄러웠다.

나는 은연중, 아니, 대놓고 가브리엘을 얕잡아 봤었다. 으음, 생각해보면, 가브리엘의 행동거지가 지금 바르다고 해서…… 과거엔 멀쩡했던 것도 아니니, 너무 부끄러워하진 말자.

바바라를 재우고 나온 지젤이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저기, 가브리엘…….”

가브리엘은 됐다고 말하려다가 지젤의 울먹이는 표정을 보고선 입을 다물었다.

지젤은 자신의 자작극과 잠적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키누안의 개입이 가브리엘의 여자친구와 그 딸이 죽는 비극을 불러왔지만, 지젤의 잘못이 없진 않았다.

가브리엘은 가만히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에 이르러선 그가 쥐고 있던 맥주병이 깨졌다.

“다 듣고 나니 화가 나긴 하네. 하지만 보스도 루카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

가브리엘이 지젤을 보스라 불렀다. 회사 시절의 호칭이 편한 모양이다.

마침, 주변에서 놀던 아이 중 한 명이 가브리엘 옆에 오더니 히쭉 웃었다.

“선생님 친구야? 선생님과 달리 눈코입이 제대로 달렸네.”

아이가 나와 가브리엘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야, 어른들 이야기하는데 누가 싸가지없게 끼어들래?”

가브리엘이 아이의 뒷덜미를 잡더니 휙 하고 던졌다. 착지를 잘못했다간 팔다리가 부러질 높이였다.

“아악! 걸핏하면 사람을 던져, 망할 고릴라 새끼…….”

날아간 아이는 엉덩방아를 찧더니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상당히 거칠게 자라는 아이들이었다. 가브리엘이 여기가 적성에 맞다 하는 이유가 있었군.

“내 성질이 옛날 같았으면, 저 애새끼 앞니부터 다 털어버렸을 거야.”

가브리엘은 새 맥주를 꺼내며 말했다. 그는 살벌한 말과 달리 웃고 있었다.

휙.

가브리엘이 지젤에게 막 꺼낸 맥주를 던졌다. 지젤은 얼떨결에 맥주를 잡으며 가브리엘을 쳐다봤다.

“용서해줄게, 보스. 그러니까 보스도 앞으로 누군가가 잘못하면 한 번 정돈 용서해줘. 그러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겠지.”

지젤은 한 손으로 입을 감싸며 눈을 크게 떴다. 가브리엘의 말이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내가 민망해서 미치겠군.’

가브리엘이 커 보였다. 원래도 물리적인 덩치가 컸지만, 지금은 마음도 그만치 큰 남자처럼 보였다.

그러니까, 내 눈깔이 맛이 간 게 아니라면 가브리엘이 멋져 보였다.

가브리엘과 지젤은 나도 모르는 옛이야기를 종종 꺼내며 떠들어댔다. 아직 좀 어색했지만, 분위기가 썩 나쁘진 않았다.

스륵.

난 맥주를 들고선 눈치껏 일어섰다. 내가 향한 곳은 라그나타의 거주용 트레일러 앞이었다.

끼익, 끼익.

라그나타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담요를 무릎에 덮고 있었다. 그녀는 날 보더니 더 깊어진 주름을 내보이며 웃었다.

“이렇게 살아서 찾아올 줄은 몰랐어, 소년.”

“이젠 소년이라는 호칭이 민망한 나이야. 일단 가브리엘을 보살펴줘서 고맙다, 라그나타.”

난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라그나타는 부드러운 미소를 유지한 채로 지평선의 땅거미를 보고 있었다.

“네 부탁 때문에 맡은 거지만, 가르치는 맛도 있어서 즐거웠어.”

“그럼 다행이고. 암살업으로 번 돈을 좋은 일에 쓰고 있군.”

난 아니마 이동학교를 훑어봤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다. 선생 겸 호위 역인 어른들도 표정이 밝았다.

“사람을 죽여 받은 돈으로 이러는 게 위선적이라고 생각하나?”

라그나타가 시선을 지평선에 둔 채로 내게 말했다. 나도 라그나타의 시선을 따라 눈을 멀리 두었다.

“위선적이라고는 생각해. 하지만 나도 위선적이니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

기억하자, 라그나타는 자신의 집단만을 위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일 뻔한 여자다. 성인군자는 아니다.

“옳고 그름이란 자신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거고, 난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네. 그럴 자격이 없더라도, 저들에겐 좋은 선생이자 스승처럼 보이고 싶지.”

확실히 아니마 이동학교의 사람들은 라그나타를 훌륭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다.

“갈 날이 얼마 안 남긴 했나 보군. 약한 소리를 하는 걸 보니 말이야.”

“후후, 자네도 심약해지는 날이 올 거네. 그게 이치이고 순환이지.”

“난 당신과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 아마…… 난 죽을 때까지 싸우겠지. 그 대상이 세상이든 뭐든 간에 말이야.”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세상도 재미가 없을 테니까.”

라그나타는 흘러가는 물과 같다. 그녀와의 말싸움과 대립은 의미가 없다. 그녀는 타인의 방식을 금세 인정했다.

“죽을 때가 되면 가브리엘에게 미리 말해둬. 장례식은 참석할 테니까.”

“나보다 자네가 먼저 죽을 수도 있지. 가는 데는 순서가 없네, 젊은이.”

난 웃었다.

아직 라그나타의 날이 완전히 무뎌진 건 아닌 듯했다. 적어도 수년은 더 살겠군.

……회상을 끝낸 나는 눈을 떴다. 모래바람은 멈췄지만 먼지가 부유하는 공기는 여전히 꺼끌꺼끌했다.

난 여기서 대기 중이었다.

-호욧!

귓가의 통신기가 찌릿하다. 난 눈을 찌푸렸다.

“뭐야, 쟈파.”

-기다리기 심심하실 것 같아 통신해 봤습니다.

“심심해? 임무가 장난이야?”

지금 나는 쟈파와 일하고 있다.

진가우는 내게 싸우지 말고, 자극을 줄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나도 그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은 힘들다. 밤마다 전투의 기억이 고장 난 영상처럼 반복해서 뇌를 찔러댔다. 극심한 금단증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식은땀을 뻘뻘 흘렸고, 자다가도 고함을 지르며 깨기가 일쑤였다. 서너 달이 지나니 진정제 계통의 약물도 듣지 않는 데다, 인지와 지각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극한 상황에 처하지 않으니 쓰지 않는 고기능 능력부터 빠르게 퇴화하고 있었다.

끔찍한 일이었다. 난 한계 상황 속에서만 온전한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기능 사고에 최적화된 뇌의 균형도 깨지면서 정신이 무너졌다.

‘……그렇게 괴로워할 거면 차라리 싸워. 난 오래 사는 게 자기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보다 못한 지젤이 내 무기와 전투의체가 담긴 상자를 가져오며 그리 말했었다.

우린 오랜 대화 끝에 결단을 내렸다. 뇌가 녹아내릴 정도까진 아니라도, 적당히 자극을 받을 만한 일을 찾아야 했다.

어차피 폭력을 완전히 억누르지 못할 거면, 더 나은 방향으로 분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쟈파와 일을 시작했다.

마침, 쟈파 상사는 사회복지 사업으로 인신매매 퇴치를 시작했다. 쟈파의 출신 가문인 메노아는 원래 인신매매를 업으로 삼았다. 그 정보와 유통망을 역으로 추적해 인신매매를 오히려 근절하는 데 쓸 생각인 것이었다.

벨라토 연방 정부에게 아양 떨기 위한 사업이지만, 결과적으로 선행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위선이라는 건 나도 알아.’

내가 지금부터 무얼 하더라도, 그간의 악행과 살인이 사라지지 않는다. 내게 피해 입은 자들은 여전히 날 죽이고 싶어 할 터다. 이걸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래도 난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루카라는 녀석이 그래도 꽤 괜찮은 녀석이지’라는 평판 정돈 듣고 싶었다. 그 정도면 자기 합리화를 좀 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

우리의 삶은 잘 만들어진 기계처럼 매끄럽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고장 난 듯이 삐걱거리는 순간이 대부분이다.

내 삶은 완벽하지 않다. 지금까지도 불안정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실수도 무수히 저지르겠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평온’이라는 최선의 삶을 택하지 못했다.

그래도 과거보다 좀 더 나아지길 바랄 뿐이다.

난 지금이라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조금씩이나마 쌓아가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다.

-루카 씨, 정말 제가 대모를 해도 되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타지룬인데?

지젤이 아이를 가졌기 때문이다. 아직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른다.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난 사흘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심장이 쿵쿵 뛰고 아이 생각만 났다. 나도 내가 그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지젤도 동의했어. 만일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너라면 어떻게든 아이를 지켜줄 테니까.”

나는 쟈파가 양녀 앙귀스 레지나에게 베푼 헌신을 안다.

쟈파는 정을 쏟은 상대에겐 한없이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다. 그런 쟈파가 내 아이의 대모가 된다면 환영이고 안심이지.

위이이이잉.

난 눈을 가늘게 떴다. 지평선 너머로 차량 행렬이 보였다. 언뜻 보면 용병 무리 같았으나 인신매매범의 차량이었다. 행렬 중간에는 아이들을 실은 화물 차량이 있었다.

츠즈즈즈.

내 뇌의 도화선에 불이 붙는다. 사고가 가속하고, 전투 호르몬이 솟구쳤다.

타고난 본성을 극복하기란 무척 어렵다. 난 거기다가 선천적인 폭력성이 더 강해지도록 훈련과 개조를 받은 인간이다.

그러나 내 안의 폭력성을 받아들이되 패배하진 마라, 루카. 순응은 패배가 아니니까.

난 내 안의 짐승에게 잡아먹혀 엇나가지 않길 바란다. 아니, 엇나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 날 잡아줄 사람들이 있으니까.

-호요오오옷! 루카 씨!

망할 뱀 대가리가 호들갑 떨어댔다. 난 한숨을 쉬었다.

“곧 전투야. 집중하게 해줘.”

-중요한 일입니다! 지금 들어야 합니다!

“뭔데?”

대답은 쟈파가 하지 않았다. 소란스러운 소리가 통신 너머로 들렸다.

-딸이래! 우리 애가 공주님이라고, 루카!

지젤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난 눈을 크게 뜨고선 옅은 웃음을 흘렸다.

우린 남자 이름과 여자 이름을 이미 정해뒀다. 여자애니까, 남자 이름은 머릿속에서 지워도 되겠군.

난 입술과 혓바닥을 신중히 움직이며 축복을 세상에 선언하듯 말을 내뱉었다.

“‘헤일리’로군.”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내 모든 사고와 의지가 헤일리로 향했다.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헤일리의 머리카락은 무슨 색깔일까, 눈동자는 어떨까? 활발할까? 수줍을까? 싸움은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날 닮으면 인생이 고달플 테니까, 부드러운 성품의 아이면 좋겠지. 길다나 라피스처럼 말이다. 아, 그렇다고 내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은 가질 필요가 없어. 네가 내 바람과 다른 아이더라도, 난 널 기꺼이 받아들이고 보호할 거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난 늘 네 편이겠지.

……흠, 전투를 앞두고 있다는 것조차 잊었다. 납치당한 아이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저 앞의 인신매매범 따윈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나도 참 못난 사람이로군.

딸인 걸 안 것만으로도 이토록 가슴이 뭉글해진다. 헤일리가 태어나는 날은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날이 한없이 기다려졌다.

갑자기 일도 집어치우고 지젤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러니까, 빨리 끝내자.

투- 웅!

난 방아쇠를 당겼고, 충격권총 루이나가 새파랗게 울부짖었다.

차량의 아래를 노린 사격이었다. 폭발로 모래 기둥이 치솟았다.

콰앙!

이어진 사격에 차량들은 차례대로 뒤집어졌다.

“이 시……!”

인신매매범들이 각양각색의 무기와 장비를 착용한 채로 뛰쳐나왔다. 놈들의 욕지거리가 다양하게 울려 퍼졌지만 한 귀로 흘리자, 그러고 싶은 기분이다.

치이이익!

지글거리는 냉매 탄피가 바위에 팅팅 부딪히며 떨어졌다.

키잉!

나는 크루시스를 뽑으며 바위에서 뛰어내렸다.

출력을 높인 내가 벌판을 고속 질주했다. 연기와 먼지를 휘감으며 나아가니 혼란에 빠진 인신매매범들이 보였다.

끼릭, 끼릭.

내 눈동자와 시선은 저들의 머리와 목이 아니라 팔다리로 향했다.

축하한다, 악당들아.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을 것이다. 무척 기쁜 날이니까. 경사는 함께 누려야 더 즐거운 법이지.

벌써부터 태어나지 않은 네게 많은 걸 가르쳐주고 싶구나. 네가 시행착오를 덜 겪게끔 말이다. 하지만 날 닮았다면 내 말을 죽어라 듣지 않겠지. 그게 좀 걱정이지만, 그래도 괜찮아.

삶이란 그리 좋지도 않지만, 그리 나쁘지도 않아.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고, 때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도 있지.

하지만 살다 보면 오늘처럼 좋은 날도 있는 거다, 헤일리.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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