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Bad Born Blood Chapter 315

315
미카엘 이지스는 보더시티의 광역수사단장이다. 그는 날 이송하며 이런저런 사담을 꺼냈다.

미카엘의 담배 연기가 공중차량 안을 자욱하게 메우고 있었다. 그는 차량 내부에 금연 문구가 박혀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카엘은 자신의 이야기를 흐드러지는 연기처럼 풀어냈다.

‘마리아의 장남, 미카엘.’

미카엘은 마리아가 십대 시절에 낳은 장남이었다. 그 때문인지 미카엘은 마리아와 직접적인 마찰도 많았고 대립했었다.

“……그대로 있다간 내 손으로 어머니를 죽일 것 같았거든. 그래서 그냥 내가 뛰쳐나왔지. 지금은 예전보단 사이가 나아. 가족은 멀어져야 애틋하고, 가까우면 미워하게 되는 법이거든.”

미카엘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어댔다. 가브리엘이 나이를 더 먹으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사이가 나쁘다면서 마리아를 여러 번 도와준 것 같더군요.”

“동생들이 어머니를 잘 따르니까. 싫으나 좋으나 어머니가 잘돼야 그 애들에게도 미래가 있지. 나야 어머니가 어설프던 시절부터 함께 해와서 환상이 없지만, 동생들에게 어머니는 절대적인 카리스마거든.”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니 마리아의 자식 중에선 미카엘처럼 독립한 자들이 제법 있었다. 마리아가 젊은 시절에 낳은 자식일수록 그런 경향이 컸다.

‘여기저기 뿌려놓은 자식들이 마리아의 보험이자 배경이 됐군.’

혈육의 정은 쉽게 끊지 못하는 법이다.

“난 보더시티의 특공대원으로 활동하다가 눈에 띄어 괜찮은 집안의 데릴사위로 들어갔지. 부족한 배경에 혼인이 따라붙으니 어느새 여기까지 승진하더군. 여기까지가 내 이야기다, 루카우스 쿠스토리아.”

우리가 탄 공중차량이 갑작스레 멈췄다. 추진체는 아래로만 열기를 내뿜으며 고도를 유지했다.

‘괜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게 아니군.’

조사관이 자주 쓰는 수법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어내 친밀감을 다진 다음, 상대에게 발언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수사단장님도 제 이력을 아시지 않습니까?”

“보더시티의 활동 이력만 알지. 그 이전에 무얼 했는지는 모른다. 이스마엘도 기밀이라며 대답해주지 않고.”

미카엘은 이스마엘 라 차관과 아는 사이인 듯했다.

“기밀은 기밀인데 이유가 있는 법이겠죠.”

내가 그리 말하며 목갑을 툭툭 두드렸다.

미카엘도 눈을 가늘게 뜨더니 소리 없이 입만 움직였다. 그는 내 동작의 의미를 대번 알아챘다.

-장식이 아니었군. 난 또 목줄 차는 취향이 있는 줄 알았지.

개척신전에서 나왔으니 목갑이 작동할 것이다. 내 신상을 아는 자가 많아서 좋을 건 없다.

“내 호의를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나도 오랜 불가침 불문율을 깨면서 널 빼온 거니까.”

“알고 있습니다. 쉬운 결정은 아니셨겠죠.”

미카엘이 의자에 등을 기대더니 벽수납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무엇보다 라파엘과 우리엘을 죽인 개자식을 네가 추적하고 있다고 하니까, 이대로 풀어주는 거다.”

미카엘이 분노로 뺨을 씰룩였다. 얼굴의 핏줄이 살벌하게 불거졌다. 그는 속을 식히듯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우우우웅.

재차 기동한 공중차량은 건물 옥상에 있는 개인 비행장에 착륙했다.

기이잉.

공중차량의 문이 열렸고, 난 미카엘이 밀고 있는 휠체어에 앉은 채로 밖으로 나갔다.

비행장에는 마리아와 자식 세 명이 무장한 채로 서 있었다. 그중에는 코가 좋은 크롤러 사리엘도 있었다.

‘일레이가 이 자리에 없어.’

난 눈을 깜빡였다.

일레이와 특임대원은 보이지 않았다. 마리아 일당만 있었다.

“아, 내 장남이 드디어 왔군.”

마리아가 팔을 벌리며 미카엘을 환영했고, 미카엘은 주먹을 힘껏 쥐었다.

퍼억!

미카엘이 마리아의 관자놀이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마리아는 머리가 바닥에 닿기 직전까지 밀리고 나서야 간신히 몸을 세웠다.

“여전하구나, 이 패륜아 자식.”

마리아가 머리를 흔들며 눈을 찡그렸다.

“자식을 둘이나 잃고서 웃을 수 있는 당신이 싫습니다.”

“황무지에선 누군가를 잃는 게 일상이지. 일일이 슬퍼했다간 일 년 내내 추도식만 해야 할 거다. 도시에서 살다 보니 그런 당연한 이치마저 잊은 것이냐?”

“어머니가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우리엘과 라파엘은 죽지 않았겠죠. 그 포악한 남성편력이 아니었다면 가브리엘을 잃어버리지 않았을 거고요. 당신은 최악의 어머니입니다.”

미카엘이 독설을 퍼부었다.

“너야말로 혼자 잘 살겠다고 도망간 주제에 말이 많구나.”

나는 모자의 다툼을 구경했다. 어차피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서 구경 말곤 할 게 없었다. 간식이라도 있으면 좋겠군.

“그래서 몇 번이나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줬죠. 제가 돕지 않았다면, 당신은 광산 노역이나 하고 있었을 겁니다. 어쨌든 돕는 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아니, 이번에도 가브리엘 건이 아니었다면 무시했을 겁니다.”

“하하, 네 입에서 마지막 도움이라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듣는지 모르겠군. 넌 착한 아이야, 미카엘.”

미카엘이 발끈하더니 이번엔 마리아의 안면을 주먹으로 때렸다.

콰직!

마리아의 코뼈가 부러졌다.

마리아는 피가 줄줄 흐르는 코를 좌우로 매만져 자리를 잡았다.

“네 속이 풀린다면 더 때려도 된다. 이 정도로 네 도움을 얻었다면 싸게 친 거지.”

마리아도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 자식에게 코가 부러지고도 웃을 수 있었다.

“망할, 할망구 같으니.”

미카엘이 피가 묻은 주먹을 바지에 쓱쓱 닦았다. 그는 세 걸음 물러나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 엄마에게도 한 개비 주렴.”

마리아는 천연덕스레 미카엘에게 담배를 빼앗듯이 낚아채고선 입에 물었다.

치익!

미카엘도 한숨을 쉬며 라이터로 마리아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가족의 형태는 저마다 다르지…….’

나는 다른 자식들의 표정을 살폈다. 미카엘과 마리아의 다툼은 그들에겐 흔한 일인 듯했다. 마리아가 세차게 맞을 때도 그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가브리엘을 만나러 갈 땐 저도 동행할 겁니다. 멋대로 혼자 찾아가지 마세요.”

미카엘이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마리아의 표정을 보니 씨알도 먹히지 않는 듯했다.

마리아는 담배 연기를 흘리며 내게 다가왔다.

“마리아 오가노프, 댁이 날 구하러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난 솔직한 심정을 내뱉었다. 사실 누군가 날 구한다면 일레이일 거라 생각했다.

“루카 총각은 반드시 갚는 부류 같거든. 이렇게 도와주면 우리 일가를 결코 잊지 않겠지. 뭐, 이 아줌마는 네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

마리아도 단순히 가브리엘 때문에 날 도운 건 아니었다. 내 성향을 꿰뚫어보고 훗날을 위한 투자를 한 것이다.

“내 동료는?”

“그 잘생긴 총각은 발 빠르게 키누안을 추적하는 중일 거야. 그리고 너는…….”

마리아가 말꼬리를 끌며 품에 손을 넣었다.

난 마리아의 동작을 보고도 대응하지 못했다. 팔다리가 움직여야 어떻게 하든 말든 할 노릇이다.

쭈욱.

마리아가 내 목에 주사를 놓았다. 진정제 계통인 듯했다.

“……염병.”

난 무거워지는 눈을 뜨려 했으나 약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쉬지도 않을 거라고 하더군. 좋은 친구를 뒀어.”

마리아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다. 그만치 내 의식이 아득하게 가라앉았다.

* * *

내가 눈을 떴을 땐 익숙한 파란 피부가 보였다.

‘라피스?’

라피스가 내 의체를 수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글을 쓴 채로 플라즈마 방출기를 노련하게 다루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요. 멀쩡한 생체를 숯뎅이로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요.”

라피스는 플라즈마로 망가진 왼팔의 아랫부분을 절단했다.

아직 내 정신이 몽롱하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난 주변 정보를 흡수하려고 했다. 그러나 진정제의 여파로 사고가 둔탁했다. 머리가 고장난 것 같다. 뜀박질하는데 세 걸음마다 돌부리에 발이 걸리는 느낌이다.

‘라피스가 내 정비사라는 걸 마리아가 알 리 없어.’

이건 일레이의 안배였다.

주변을 좀 더 둘러보니 옆 침상에는 누워있는 라르스가 보였다. 라르스도 나처럼 의체 수리를 받고 있는 터라 외장이 활짝 열려 있었다.

“호요오옷, 오랜만입니다, 루카 씨.”

난 어질어질한 와중에서도 독특한 웃음을 따라 시선을 두었다.

까닥, 까닥.

구석에는 쟈파가 기나긴 손톱을 딱딱 부딪히며 앉아있었다. 그는 중상에서 벗어났는지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쟈파…….”

“밤새 뱀술이나 마시며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당신에게 그럴 시간이 없겠죠, 호욧.”

쟈파가 일어나더니 홀로그램 글자로 대화를 시도했다.

‘쟈파는 내 목갑의 도청에 대해 알고 있다.’

나는 허공에 떠오른 홀로그램 글자를 응시했다.

-일레이가 당신을 우리에게 맡겼습니다. 어차피 그 의체를 수리하려면 라피스의 손이 필요하겠지만요.

그러나 난 부서진 왼팔만 기성품으로 교체해서 키누안 추적에 바로 나설 생각이었다. 라피스의 손을 빌릴 생각은 없었다.

‘이제 한 발자국.’

……정말 한 발자국이다. 내 인력에 이끌린 누군가의 도움 한 번만 있어도 키누안의 예측을 깨고 놈을 붙잡을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조급한 것도 당연하다.

-그 목갑도 라피스 말에 따르면 해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틀 동안 당신이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거죠.

나는 눈을 찡그렸다. 그럴 시간은 없다.

‘키누안은 정신전이기를 사용했어. 놈의 목적이 무엇인지 몰라도…… 지금 흔적을 놓친다면 다신 찾을 수 없을 거야.’

나는 오른팔 손가락을 움직이며 꿈틀거렸다. 의체와 생체 신경계 체결이 된 상태였다.

“의체의 수리만 마치면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쟈파는 필담과는 다른 말을 내뱉었다. 그는 목덜미에 꽂힌 수액에 진정제를 더 투여했다.

‘일레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약효로 의식을 잃기 전에, 내 시선이 라르스에게 향했다. 라르스도 의식이 아직까지 없었다.

‘라르스가 깨어나지 못한 건 나처럼 약물 때문이다.’

라르스는 뇌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건 아니다. 의체의 손상만 있을 뿐이었다. 진정제로 잠들어있는 것이었다.

‘일레이가 나와 라르스를 여기에 묶어둔 채로 따로 움직이고 있어.’

……불안감이 치솟는다.

난 의식이 더 흐려지기 전에 마지막 사고를 짜냈다. 결론에 이르기 직전에 내 의식은 툭 끊어졌다.

* * *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이건 포식형 나노머신입니다. 특정 물질의 성분을 입력하면 해당 성분만 갉아먹으며 분해하죠. 이건 타르파 종족의 최신 나노 기술 중 하나예요. 무척 구하기 힘든 거니까, 제발 얌전히 있어요. 안쪽부터 역순분해를 할 테니까요.

눈을 뜨니 라피스의 홀로그램 메시지가 보였다. 그녀는 스포이트를 든 채로 신중하게 내 목갑 위에 은빛 액체를 한 방울씩 떨어뜨리고 있었다.

주변 모니터에는 내 목갑을 분석한 자료들이 수두룩하게 떠 있었다. 상당 부분은 ‘알 수 없음’ 표기가 되어 있었다.

츠즈즈즈.

은빛 액체가 목갑에 부딪히자마자 스며들 듯이 사라졌다.

‘설마…….’

난 무수히 많은 의문이 떠올랐다. 당장 입을 열고 싶었다.

‘일레이가 나와 갈라진 후, 보더시티에서 펼친 공작들은…….’

나는 일레이가 키누안을 추적하기 위해 따로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쟈파와 라피스가 순순히 일레이와 협력해 날 묶어두고 있어.’

일레이는 날 속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놈의 거짓말과 기만은 날 위해서이기도 했다.

일레이는 보더시티 도착 이후로, 날 위해 움직이며 모든 걸 안배했다.

‘라르스는 일레이와 접촉하려다가 키누안에게 당했지.’

라르스는 무능한 녀석이 아니다. 가벼운 언행과 달리 유능한 군인이었다.

……일레이를 향한 검붉은 감정이 들끓는다. 이건 짙은 애증이라고 말해야겠지.

Join our Discord for the latest updates and novel requests - Click here!

Comment

0 0 votes
Article Rating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