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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Born Blood Chapter 296

296
라르스는 공중차량을 조종하며 보더시티의 고층 건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말 그대로 곡예비행이었다.

터- 엉!

공중차량에 매달린 내가 루이나의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연방 경찰의 드론이 푸른 폭발을 일으키며 추락했다.

팅!

열을 머금은 냉매 탄피가 연거푸 튀어오르면서 대기를 일그러뜨렸다.

키잉! 철컥!

나는 한 손으로 탄창을 갈며 드론들을 응시했다.

어느 순간부터 드론의 가속이 줄어들고 있었다.

‘놈들의 영역은 여기까지로군.’

무인 드론은 일정 지역까지 우리를 추적하다가 멈추더니 선회하며 퇴각했다.

나는 아래를 바라봤다. 원래도 치안이 좋지 않았던 구역에선 폭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시가지에선 폭도들이 약탈하고 있었다.

우리가 탄 공중차량이 경찰 소속인지라 폭도들의 시선이 잠시 우리에게 꽂혔다. 그러나 별다른 경고나 조치가 없는 걸 보곤 폭도들은 약탈을 계속했다.

‘참 웃기는 노릇이지.’

보더시티의 경찰은 보편적 치안을 맡지 않는다.

경찰은 보더시티에 머무는 연방 관료와 특권층을 위한 경비나 마찬가지다.

우우우우웅!

우리 곁을 지나는 공중차량이 보였다. 열린 문으로는 무장한 사람들이 보였다.

‘사설 경비업체들.’

경찰을 대신해서 사설 경비업체의 공중차량이 이 구역을 오가고 있다.

사설 경비업체들은 자신과 계약된 가게와 고객을 찾아서 보호하고 있었다.

-여긴 아이사 소트라의 계약점이다. 물러나! 3초 후에 발포하겠다.

무장 경비원들은 공중차량에서 뛰어내리더니 폭도를 위협했다. 폭도들은 주춤거리며 물러서더니 냅다 도망갔다. 그들은 전투를 생업으로 삼는 무장 경비원과 싸우지 않았다.

모든 가게가 사설 경비와 계약한 건 아니다.

웅성, 웅성.

사설 경비업체와 계약하지 못한 자들은 스스로 총을 들고 자신을 지키고 있었다.

상점가의 자경대는 폭도와 대치하며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폭도들은 자신들과 다를 바가 없는 자경단원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금세 전투가 이어지면서 비명과 고함이 퍼졌다.

퉁! 퉁!

나는 공중차량의 윗판을 두드렸다. 라르스가 내 의도를 알아먹고선 문을 열었다.

기이잉!

난 안으로 몸을 밀어넣으면서 좌석에 등을 기댔다.

“추격이 여기서부터 딱 끊어졌군요.”

라르스가 안도하며 말했다.

“보더시티의 치안 자원은 한없이 부족해. 경찰 차량 탈취보다도 중요한 일이 수두룩하지.”

“정말 여긴 엉망진창이네요.”

“맞아.”

나도 부정하지 않았다.

아크바란의 하층 구역도 이 정도 규모의 소요가 일어나면 제국군이 직접 나선다. 이렇게 방관하는 경우는 없었다.

“언젠가 제국이 이곳의 질서를 바로잡는 날이 오겠죠.”

라르스가 중얼거렸다.

훗날, 라르스도 제국군의 일원으로 전쟁에 뛰어들 것이다. 제국을 위해 기꺼이 학살을 도맡겠지.

예전의 나도 그러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제국을 위한 살인에 거부감을 느낀다.

……나는 더 이상 제국의 군인으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라르스보다 더 나은 사람인 건 아니지.’

내가 윤리적으로 더 낫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살인자다. 오히려 더 나쁠 수도 있었다.

나는 나를 위해 살인하고, 내 주변 사람을 위해서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다.

내 살인 동기는 국가의 명령이 아니라 개인적 사유였다.

우린 치안이 무너진 구역을 지났다.

“좌표에 도달했습니다만…… ‘경매장’이군요.”

우린 보더시티의 경매장에 도착했다.

많은 자금과 보물이 오가는 경매장은 자체적인 치안 병력이 있다. 그 덕분에 도시가 혼란한데도 경매가 벌어지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이 불법적인 경매품을 다루기 좋은 시기지. 장물이나 정부가 금지하는 물건들…….’

혼돈과 혼란을 이용하는 건 키누안과 아키에스 빅티마 사용자만이 아니다.

혼란은 경직된 질서를 깨뜨린다. 강자와 약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정부의 눈을 속여 이익을 취하기 좋은 시기다.

“루카 님. 뭔가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사람들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뛰쳐나오고 있어요.”

라르스가 ‘최고급 신형 의안’으로 경매장을 살피며 말했다.

‘사람들이 뛰쳐나오고 있다.’

라르스의 말대로였다. 사람들은 도망치듯 경매장에서 뛰어나왔다. 무질서해서 떠밀려 넘어지거나 밟히는 자도 다수였다.

‘오늘의 경매장은 평소보다도 방문객이 많았군.’

경매장 입구에는 원래 있어야 할 경비가 없었다. 내부로 전부 들어간 모양이었다.

쾅!

폭발이 경매장 지붕에서 일었다. 총성도 연거푸 퍼졌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다행인 점은 우린 습격이 종결되기 전에 도착했다. 나쁜 점은 습격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얌전히 착륙해서 정문으로 들어갈 여유가 없었다.

“라르스, 저기 저쪽 경매장 중심의 기둥이 보이지. 거기로 돌진해서 박아.”

“네? 제가 전신의체지만, 차량이 터지면 죽습니다.”

“당연히 죽지. 바보냐? 그 전에 뛰어내리면 되잖아.”

라르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날 바라봤다.

“……그, 그런가요?”

“적응형 입체기동이 A라면서? 눈치껏 지형지물을 이용해 감속해라. 시간이 없어.”

나는 발을 뻗어서 문짝을 걷어찼다. 문이 으스러지더니 바깥으로 떨어졌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라르스는 눈을 질끈 감더니 그대로 가속하며 경매장으로 돌진했다.

삐! 삐! 삐!

충돌 경보가 매섭게 울리고 있었다.

“지금이다.”

나는 라르스의 어깨를 밀치듯 두드리며 먼저 뛰어내렸다.

라르스도 뭐라 욕설을 내뱉으며 반대편 문을 부수며 공중차량을 버렸다.

나와 라르스는 자유낙하를 하면서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 따윌 붙잡고 때론 다리를 걸며 감속했다.

치직!

나는 끊어지는 전선을 붙잡으며 몸을 옆으로 굴렸다.

파직!

내 어깨부터 얄팍한 유리 천장에 부딪혔다. 유리는 부서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폭삭 주저앉았다.

쿠당탕!

유리 천장이 부서지면서 나는 그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보통 낙법은 등으로 하는 법이지만, 난 그쪽이 생체 부위다. 등으로 떨어졌다간 최소 하반신 마비였다.

휘릭.

난 무게 중심을 바꾸며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았다. 아슬아슬하게 다리부터 땅에 닿았다.

쿠- 웅!

나는 무릎을 굽히며 두 다리로 착지했다.

푸슈우웃!

무릎과 허벅지의 미세한 공간이 벌어지다가 좁아지면서 공기압이 빠져나왔다가 차올랐다. 훌륭한 완충장치였다.

콰아아앙!

우리가 타고 온 공중차량도 기둥에 부딪히며 폭발하고 있었다. 불꽃과 잔해가 위에서 튀어오르고 있다.

‘내부 상황부터…….’

내가 착지한 지점은 경매장의 메인홀이었다.

이미 많은 시체가 의자와 탁자에 이리저리 걸려서 피 냄새가 자욱했다.

에너지 병기와 화약 냄새가 대기에 잔류해 있었다.

‘테러로 위장할 셈이었군, 손석재. 아주 대범해.’

손석재의 계획이 훤히 보였다.

‘경매장은 일종의 공공시설이며 중립지대다. 손석재는 여기서 협상하자면서 이스마엘을 불러냈겠지.’

이스마엘도 손석재가 경매장 전체를 공격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어지간한 규모의 용병으론 경매장을 건드리지 못하니까.

‘손석재가 에퀘시안 용병대와 계약했을 거라 생각을 못 했을 터.’

이스마엘은 경매장이 협상하기 좋은 안전지대라고 생각하고 나왔다. 손수공업의 전투력으론 경매장을 습격하지 못할 거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손석재는 이스마엘에게 상당히 매혹적인 협상안을 내밀었을 거야.’

내가 알기론 이런 경매장 내부에는 무장 경호원을 데려오지 못한다. 귀한 보물이 많기 때문이다.

‘허를 잘 찔렀군. 경매장의 보물을 노린 테러리스트에게 이스마엘이 죽은 것처럼 보일 터.’

손석재의 계획은 내가 봐도 상당히 괜찮았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는지 알 만했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계획이다.

‘손석재가 쟈파를 노린 건…… 보더시티의 혼란을 만들면서도, 동시에 에퀘시안 용병대를 얻기 위해서였어.’

에퀘시안 용병의 명성은 높다. 계약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없다. 특히 용병대 규모라면 기존의 계약이 해지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계약 이전’을 받아야 할 것이다.

‘계획이 전부 성공하면, 손석재는 MAU 개발에서도 독점적 지위를 누렸을 거고 보더시티에 대한 영향력도 커졌지. 머지않아 국가와 협상하는 수준의 초거대기업이 될 거야.’

손수공업은 악명에 비해 규모는 작았다.

생각해보면 손석재는 일부러 중소 규모를 유지한 것이다. 관료와 위정자가 언제든 손수공업을 짓누를 수 있다고 판단해야 과하게 경계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차근차근 회사를 키우려고 했다간, 어느 수준에 이르러선 견제를 받아 무너졌을 터다.

‘기업이 성장하는 중간 과정을 최대한 생략할 셈이었군.’

손석재는 최단으로 거대기업까지 성장할 생각이었을 것이다. 위에서 견제하기 힘들 정도의 급격한 성장이 그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변수투성이지. 계산 밖의 일이 벌어지기 일쑤다.’

손석재의 오판은 라그나타 아니마라는 노바스 행성의 최상급 암살자가 앙귀스 레지나와의 개인적 친분만으로 움직일 줄 몰랐다는 것이다.

차라리 앙귀스 레지나가 돈을 주고 암살자를 고용했다면 이질적인 자금의 흐름 때문에 이상함을 느끼고 경계했겠지.

‘이제 와선 모두 의미가 없는 일이지.’

에퀘시안 용병의 습격은 ‘레기온의 잔류 신호’와 같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미 본체인 손석재는 죽고 없다.

“라르스! 왼쪽으로 돌입해라. 난 오른쪽으로 들어간다.”

나는 메인홀 뒤편을 보았다. 습격자들은 메인홀 뒤쪽으로 진입한 듯했다.

-알겠습니다.

반대편으로 추락한 라르스도 구겨진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그는 권총과 단검을 한 손에 쥐더니 돌입했다.

‘여긴 에퀘시안 용병만 있는 게 아니다.’

나는 크롤러나 사우라 같은 다른 전투 종족의 시신도 확인했다. 아마 손석재가 사전에 영입한 인원일 것이다. 습격자가 에퀘시안만 있으면 이상해 보일 테니까.

경매장 소속의 경비들도 메인홀 뒤편의 복도에 시체로 늘어져 있었다.

-이 녀석들 제법인데요! 쉽지 않아요!

반대편 복도로 진입한 라르스는 에퀘시안 용병과 마주한 듯했다.

당연히 쉽지 않을 것이다. 인간도 전투력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에퀘시안 용병도 등급이 있었다.

엔처럼 근위대 이상의 전투 능력을 가진 개체도 있고, 같은 용병대 내부에서도 하급과 상급, 그리고 정예가 나뉘었다.

‘에퀘시안 용병 중에서도 상당한 정예가 투입됐다. 쟈파가 거금을 주고 데리고 다니던 이들이니까 노련하겠지.’

나도 곧 에퀘시안 용병의 후미와 충돌했다. 그들은 내가 누군지 보지도 않고 사격을 퍼부었다. 훌륭한 전투 반사로군.

터엉! 쿵!

다짜고짜 돌진하긴 힘들었다. 좁은 복도에서 에퀘시안들이 면 단위의 사격을 퍼붓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도 좁은 공간의 제압 사격을 피해낼 재간은 없었다.

-유감이군. 네게 감정은 없다, 인간.

에퀘시안 중 일부가 날 알아보더니 통역기로 말했다.

“손석재가 죽었다. 확인해 봐. 계약 종료다.”

난 모퉁이에 등을 붙이며 외쳤다. 뭐, 씨알도 먹히지 않겠지.

-그건 임무가 끝나고 확인할 일이지.

역시 내가 저들을 설득할 순 없었다.

심지어 저들은 손석재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야 쟈파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없어. 에퀘시안 용병과 마주하면 이스마엘은 죽은 목숨이다.’

이스마엘은 메인홀 뒤편으로 도망친 모양이었다. 에퀘시안 용병들은 전부 이쪽으로 몰려 있었다.

나는 좁은 시야를 극복하려고 눈을 감았다. 청각 시야로 에퀘시안 용병들의 위치를 파악해 제압할 생각이었다.

……크아아아앙!

내 청각은 총성과 고함을 넘어서서 작은 포효를 낚아챘다.

‘보얀?’

이스마엘이 머리가 좋긴 한가 보다. 무장 경호원을 데려오지 못하니 타고난 전투 종족인 보얀을 부하랍시고 경매장 안으로 들여보낸 듯했다.

이스마엘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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