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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Born Blood Chapter 237

237
잠시 빠르게 요약할 생각이다. 쟈파의 기억에는 부적절한 장면이 많았다. 쟈파와 파올로의 성생활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뭐, 어쩌면 괴팍한 취향의 부자들은 내가 보는 이 장면을 억만금을 줘서라도 보고 싶어 할 수도 있겠군.

파올로의 비위는…… 어떤 의미로 초월적, 초인적이었다. 이종족 취향이 없으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기꺼이 쟈파를 안았다, 아주 열정적으로…….

결론부터 보자면, 파올로와 쟈파는 ‘졸라 버거’로 사업을 개시했다.

그리고 얼마 뒤, 파올로는 쟈파를 자신의 집안으로 들이며 부인으로 맞이했다. 결혼식은 없어도 사실혼이나 마찬가지였다.

‘쟈파는 파올로에게 없어선 안 될 사람이 되었다.’

쟈파의 목적도 성공적이었다. 파올로는 쟈파에게 기대며 매사를 상담했다.

그러나 내 예상과 다른 과거도 있었다.

“쟈파, 쟈파! 이것 봐, 내가 꽃을 만들었어!”

엘리제, 그러니까 앙귀스 레지나가 쟈파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어린 앙귀스 레지나는 쟈파를 좋아했다. 파올로의 비정한 면을 은연중에 눈치챈 아이는 자상한 타지룬을 친모처럼 따랐다.

“조화로군요. 천으로 만들었나요? 호욧, 향이 좋네요.”

쟈파가 몸을 숙이며 앙귀스 레지나의 선물을 받았다. 보더시티에 도착한 이후로 시간이 제법 흘렀고, 쟈파의 육신도 성장해 지금과 엇비슷해지고 있었다.

“향수도 뿌렸어. 내가 머리에 달아줄게. 쟈파한테 잘 어울릴 거야.”

쟈파가 더 깊게 머리를 숙였다.

앙귀스 레지나는 조화가 달린 머리띠를 쟈파의 머리에 씌었다.

“감사합니다, 엘리제. 당신처럼 예쁜 꽃이네요.”

내 추측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사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파올로를 사랑했기에, 앙귀스 레지나를 보호하던 게 아니야. 정말로 앙귀스 레지나를 딸처럼 여긴 거지.’

이제 나도 쟈파의 치명적인 약점을 안다. 앙귀스 레지나를 인질로 잡으면…… 쟈파는 뭐든 할 것이다. 부모란 대체로 그러한 법이니까.

“쟈파, 잠시 나 좀 봐.”

파올로가 서재에서 나오며 말했다. 쟈파는 앙귀스 레지나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더니 서재로 들어갔다.

파올로와 쟈파는 돈과 사업 이야기를 주로 했다. 쟈파는 폭탄 목걸이를 가리는 스카프를 매만지며 파올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슬슬 확장할 때가 됐죠.”

보더시티에는 졸라 버거가 3호점까지 나왔다. 소스 생산을 어떻게 감당하는지는 나도 알기 싫었다.

‘타지룬 고기는 아니지만…….’

독특하고 중독성 있는 풍미를 위해선 타지룬 체내의 효소와 체액이 필요했다.

소스 생산은 파올로가 담당했다. 정확히 말하면 풍미유다. 파올로는 이것만큼은 쟈파에게 전부 가르쳐주지 않고 자신이 담당했다.

“‘지하실’에 다녀오지. 소스가 다 떨어져 가는군.”

운영하던 식당을 개조한 졸라 버거 1호점에는 비밀스러운 시설이 많았다. 원래 외계종족을 도축하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지하실에 들어간 타지룬은…… 쟈파를 제외하고선 아무도 나오지 못했지.’

쟈파도 사업에 굉장히 몰두했다. 타지룬 특유의 성향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이익과 사업 확장은 타지룬에게 큰 쾌락이다.

……그러나 문제도 있었다. 모두가 맞닥뜨리는 문제였다.

‘단맛엔 벌레가 꼬여. 타인의 노력을 갈취하려는 약탈자들이 나타나지.’

흔히 ‘갱단’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졸라 버거에 막대한 보호세를 요구했다.

차라리 갱단이 대놓고 폭력을 휘두른다면, 파올로의 고객 명단에 있는 인맥으로 어찌어찌 수습할 법했다.

그러나 갱단의 수법은 교묘했다. 직접 괴롭히지 않고도 졸라 버거의 장사를 방해했다.

“그냥 놈들에게 돈을 내자고. 그만큼 더 벌면 되잖아.”

파올로가 짜증 내며 말했다.

“파올로, 보호세는 끝이 없을 겁니다. 당장은 빚을 져서라도 우리의 말을 듣는 경호원이나 용병을…….”

“난 이 정도 수입이면 충분해. 연구나 계속하고 싶다고.”

파올로는 근래 어떤 연구에 매몰되어 있었고, 경매장이 열릴 때마다 돈을 물 쓰듯 쓰기도 했다. 서재엔 잡동사니만 쌓여갔다.

‘돈줄인 소스 생산을 제외하고선 그 무엇에도 신경 쓰기 싫어하는군.’

파올로의 강경한 태도에 쟈파도 어쩔 수 없었다.

우습게도, 쟈파는 파올로를 사랑했다. 아니,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무리 다른 목적이 있다고 하나…… 자신을 적극적으로 안아줄 인간 남성이 세상에 많진 않을 테니까.’

파올로는 의외로 ‘남편’으로는 충실하게 행동했다. 쟈파와의 관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쟈파는 ‘중요한 돈줄’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목표에 집착하며 몰두하는 파올로에겐 묘한 매력이 있긴 했다. 쟈파는 폭탄 목걸이가 아니더라도 파올로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듯했다.

스르륵.

쟈파는 2호점과 3호점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거리를 오갔다. 그럴 때마다 그는 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천 옷을 입고서 움직였다.

타닥, 타닥.

골목길에 접어들자, 쟈파를 포위하는 사내들이 있었다. 전자화면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갱단원들이었다. 전자화면이 지직거리면서 여러 가지 표정이 흘러나왔다.

‘폭행.’

이것 또한 흔한 수법이다. 말을 듣지 않으니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올 것이 왔군요.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두시죠. 타지룬은 빚을 반드시 갚습니다.”

이 자리에서 쟈파가 죽진 않을 것이다. 저들이 원하는 건 이권이지 죽음이 아니니까.

쟈파도 담담하게 다가오는 갱들을 응시했다.

으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쟈파의 뼈가 부러진 건 아니었다.

털썩!

목이 뒤로 꺾인 갱단원이 주저앉았다. 그 뒤로는 사람 형태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깡!

갱단원이 놀라서 쇠막대기로 그림자를 후려쳤다. 그림자는 팔로 가볍게 쇠막대기를 막더니 발을 움직였다.

콰직!

남성의 중요 부위를 넘어서 골반이 박살 나는 소리가 났다.

“끄으으앗!”

“쉿, 늦은 밤이잖아. 비명은 지르면 안 되지. 조용히 하라고.”

그림자는 골반과 중요 부위가 부서진 남성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우득

그리곤 남성의 목이 꺾였다.

그림자가 가로등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난 진작 그가 누군지 알아챘다.

‘키누안…….’

여기서 키누안이 나타났다. 그는 위기에 빠진 쟈파를 멋지게 구해냈다. 갱단원들이 키누안의 폭력을 보고선 냅다 도망가고 있었다.

키누안은 내 기억과 다름없는 전신의체로 쟈파와 마주했다.

“절 도와주신 건가요?”

쟈파가 경계하며 말했다.

“타지룬은 반드시 빚을 갚는다는 말이 들렸거든. 도와주면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온다는 소리잖아? 이런 멋진 투자를 눈앞에 두고 그냥 갈 순 없었어.”

키누안은 노련한 화술을 구사하며 쟈파의 경계를 녹였다.

“호요옷.”

쟈파도 낮게 웃었다.

아아, 이것 또한 뻔한 수법이다. 나는 키누안을 잘 안다.

키누안은 넉살 좋게 타인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먼저 제안을 하지 않는다. 목적이 없는 것처럼 굴며 타인을 조작했다.

쟈파는 키누안을 졸라 버거 2호점으로 데려가 식사 대접을 했다.

“……굉장한 맛이로군. 남들이 노릴 만해.”

키누안은 버거를 먹으며 감탄했다. 아마, 이건 진심일 가능성이 높다. 나도 쟈파 버거를 처음 먹었을 때 흠칫했으니까.

“……보더시티에 오신 지 얼마 안 됐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을 경호원으로 고용하고 싶군요. 적당히 자리를 잡으실 때까지만 하셔도 괜찮습니다.”

쟈파가 먼저 요청했다. 그러나 이건 키누안의 의도다.

‘키누안은 사전에 졸라 버거의 상황을 조사했을 거야. 그리고 갱단에게 쟈파를 습격하라고 입김을 넣은 것도 키누안 본인일 수도 있어.’

그 내막까진 시뮬레이션 기억으로 알 도리가 없다.

“경호원이라고? 흠, 알량한 재주로 나대다가 죽고 싶진 않은데…….”

키누안은 거절하는 듯했다. 그러나 쟈파의 설득 끝에 키누안은 졸라 버거 경호원으로 합류했다.

이후의 일은 불 보듯 뻔했다. 키누안과 엮인 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순서가 있었다.

‘키누안 덕분에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처럼 보일 거고, 키누안에게 깊은 유대감을 느끼지.’

내가 그러했고, 나보다 이전에는 투기장 갱단이 그러했다. 쟈파도 마찬가지였다.

1년간, 키누안은 졸라 버거의 경호원으로 활약했다. 그는 갱단의 위협을 몇 번이나 쳐냈다. 그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다.

키누안은 어느새 쟈파는 물론이고, 파올로와 앙귀스 레지나와도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특히, 쟈파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파올로와 키누안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시뮬레이션으론 키누안이 앙귀스 레지나를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도 알 순 없었다.

‘쟈파는 영리하다. 키누안도 쟈파를 조종하는 건 쉽지 않다고 판단했겠지.’

그렇기에 키누안은 파올로와 앙귀스 레지나에게 집중했다. 그는 쟈파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파올로와 앙귀스 레지나의 심리를 장악했을 것이다.

“키누안이 쟈파 버거로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어, 여기 운영은 네게 일임한다는 의미로. 어차피 난 이제 아케인 문명 고고학자로 이름을 떨칠 테니까.”

파올로가 침대에서 그리 말했다. 쟈파는 이불을 두른 채로 혀를 날름거렸다.

“잊으셨나요? 전 메노아 가문의 추방자입니다. 쟈파가 본명은 아니지만…… 이 이름을 대외적으로 사용하면 꼬리가 잡히겠죠.”

“그건 키누안과 상담해 봐. 묘하게 재주가 좋은 사내잖아. 나도 슬슬 전 부인의 이름을 쓰는 게 질렸거든. 쟈파, 쟈파, 쟈파…… 참 듣기가 좋잖아.”

파올로가 쟈파를 애틋하게 보며 말했다.

쟈파는 파올로의 언행이 가식이라는 걸 알면서도 쾌락과 행복을 만끽했다.

키누안과 쟈파는 메노아 가문의 추방령에 대해 논의했다. 키누안은 메노아 가문의 미묘한 권력 구도를 이용해 쟈파의 안전을 도모했다.

‘키누안의 특기지.’

절묘한 균형을 찔러서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한다. 쟈파는 수입의 일부를 메노아 가문의 가주에게 보냄으로 불가침조약을 맺을 수 있었다.

‘아마 이때부터 메노아 가문의 가주는 쟈파를 통해 사업 합법화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거다.’

훗날, 쟈파가 메노아 가문을 삼키는 계획조차 키누안이 그 기반을 다졌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보기 드문 일이 일어났다.

“키누안?”

놀란 쟈파가 막 가게로 들어온 키누안을 응시했다.

키누안은 인공 피부가 너덜너덜할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쟈파가 키누안을 부축했다. 키누안은 숨을 돌리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너도 잘 알곤 있겠지만, 난 제국 출신이다. 그리고 아키에스 빅티마라는 사고술을…….”

키누안은 제국의 추격자에게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시뮬레이션으로도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며 더 짙은 유대를 만들지.’

강자인 줄 알았던 키누안이 자신의 약점을 쟈파에게만 토로했다. 나도 저 수법에 당한 적이 있었다.

이때, 쟈파도 키누안에게 마음이 갔을 것이다. 그러나 키누안은 쟈파를 안지 않았다.

‘여기서 쟈파를 품는 건 지나치게 계획적으로 보일 테니까.’

휴식을 마친 키누안이 일어서며 정비를 받겠다고 사라졌다.

때가 오고 있다.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서서히 파국이 다가오고 있었다. 키누안은 모두의 신뢰를 얻었다. 치명적인 배반을 위해 쌓아 올린 믿음이다.

두 달이 더 지났다.

타- 앙!

쟈파는 잠결에 총성을 들었다. 침대를 보니 파올로는 없었다.

철컹.

쟈파는 자신의 목덜미를 속박하고 있던 폭탄 목걸이가 떨어진 걸 알아챘다.

“……어째서 목걸이가?”

쟈파가 옷도 챙겨입지 않고 총성이 들린 거실로 뛰어갔다.

쉬이이이.

총구에선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권총을 든 앙귀스 레지나가 멍하니 파올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엘리제?”

쟈파가 벽을 짚은 채로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았다. 쓰러진 파올로의 머리 아래로는 핏물이 고이고 있었다.

“내, 내가 쟈, 쟈파를 구했어. 아빠, 한테서, 구, 구했어.”

앙귀스 레지나가 중얼거렸다.

……기이하다. 파올로 콴이 죽자마자, 쟈파의 폭탄 목걸이가 해제됐다.

평소 파올로의 성정이라면, 당연히 자신이 죽자마자 쟈파의 폭탄 목걸이가 터지도록 설정할 것 같았다.

“쟈, 파…….”

파올로가 엎드린 채로 중얼거렸다. 아직 숨이 겨우 붙어있었다.

“……엘리제를.”

파올로는 대답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핏물로 쓴 글자로 말을 이어갔다.

-부탁한다.

변덕일까, 아니면 최소한의 양심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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